밀양(密陽)

'Secret Sunshine' 이라는 제목이 뜬금 없다 생각했는데, 밀양(密陽)의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지 오래되었지만, 선뜻 손이 안 가는 영화였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대체로 불편하게 봐왔는데다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을 다룬다는 것을 알았기에 각오가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익숙한 모습, 스스로에게 한번 쯤 해봤던 질문들이었기에 오히려 받아들이기 쉬웠다고 해야할까... 나를 힘들게 하는, 알 수 없는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었다. (나는 '초록물고기'나 'Leaving Las Vagas' 등의 영화는 정말 괴롭다 -ㅅ- )

전도연만 보여주고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일전에 이 영화 얘기를 꺼냈더니, 회사 동료 중의 한명은 통쾌했다는 말을 했다.

'내가 용서를 안했는데, 왜 하나님이 먼저 용서를 해요 ?'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겨둔 대사 일 것이다. 내가 크리스트교에 대한 관심을 가졌던 시절에 영화를 봤다면 나 또한 이 질문에 대한 교회인들의 대답이 궁금했을 것이고, 궁색해 보이는 대답에 통쾌해 했을 거다. 그러나, 믿음의 문제에 대한 분명한 선을 교회인들 앞에 긋고 나면 시시한 질문으로 된다. 언어가 달라서 서로 소통이 불가한 사람들끼리 애써 토론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서로 자기 목소리만 높이다가 끝날 것을... 게다가 요즘은 크리스트교 보다 교회에 관심이 많다 ^^;

생일에 전도연에게 바람 맞은 송강호가 집에서 혼자 밥을 먹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받는다. 생일에 전화로 챙겨주는 엄마에게 화내는 송강호가 재밌다. 혼자 소주 먹으면서도 친구들과 잘 챙겨 먹고 있다고 거짓말하는 것이 어찌나 나 같은지 -ㅅ- 혼자 멀리 사는 아들 챙겨 줄 수 없는 부모님의 마음이야 안타깝지만, 이게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할 수 있는 한계라는 생각을 했다. 반면 전도연의 생일에 교회인들이 모여서 두손을 모아 예쁜 노래도 불러주고 꽃도 선물해 주는 것과 상당히 대비 되지 않은가. 신앙의 문제를 덮고 교회를 보면 현대 도시 사회에서 이만한 공동체를 찾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가족, 친척의 사회가 점점 해체되어가는 사회에서 가까이서 의지가 될 만한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강제적이고 너무 가깝게 엮여지는 가족, 직장과는 다른, 한 발짝 멀리 있는 인연의 끈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기도 모임에서 남편에게 기도인도 역활을 받은 약사 아내가 뿌듯해 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은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는 욕구가 커진다고 한다. 교회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 동네에서는 돈 많은 사람 축에 들 법한 약사 부부가 장로이고 모임을 주도 하는 것 또한 현실에서 흔한 모습으로 생각된다. 예전에 혼자 경산에 사시게 된 어머님께 은근히 교회 다닐 것을 권한 적이 있다. 내 생각에는 어머니에게 교회나 절이나 같을 것으로 보여졌고 멀리 있어 자주 가지도 못하는 절보다는 가까이서 위안이 될만한 교회가 나아보여서 였다. 그러나 어머니의 고개를 저으셨는데, 이유가 교회는 돈 많이 내는 사람만 대접 받아서 였다. 주위에 교회 건물 짓는데 수천만원을 선뜻 내 놓은 사람들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되는데,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 받고 싶은 욕구의 측면에서 보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요새 MB 시대를 맞아서 소망교회가 시끄럽고 뉴라이트도 난리다. 교회라는 이익집단의 힘을 보고 있자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좀 잘 살려면 그 집단에 동참해야하는 것일까? ㅋㅋ

by ridley | 2008/06/13 22:33 | 영화속에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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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ontralto at 2008/06/13 22:42
저는 전도연씨가 부흥회에 가서 틀었던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하던
그때 그 웃지못할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문득, MB도 이 영화를 보았을까. 하는 쌩뚱맞은 궁금증이..ㅎ
Commented by ridley at 2008/06/14 12:46
다양한 모습을 보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 현실의 교회를 담았기 때문이겠지요. 크리스쳔이 보더라도 부정적으로만은 보지 않을 영화라 생각합니다. MB는 영화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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